3등


'간극'
김지은, 전수연, 김가빈

작품 해설

자아의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우리는 이 공간들을 크게 ‘현실’과 ‘가상’이라 칭한다. 두 개의 공간에는 ‘물리적 자아’와 ‘미디어 속 자아’가 존재한다. 인간은 자신의 몸이 실재하지 않는 가상 공간에서는 본래의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잦으며, 실제 자신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또 다른 자아에 몰입하게 되어 정체성 혼란을 심화시킨다. 또 다른 자아란 현대사회의 미디어 확장이 가져온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자아의 공존과 이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불가피하다는 걸 보여준다. 타인과 교류하며 무수히 많은 연결망 속에 존재하는 우리는 어느 한가지의 공간이나 자아만을 취하기는 어렵다. 이 말은 곧 ‘자아 중첩’이 현대사회에 살고있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겪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양자역학에서 자연은 불연속적이고 관측을 통해 확률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ㅡ 예로, 광자의 임의 대각 편광을 수직 편광과 수평 편광 방향으로 관측할 때 확률적으로 수직 편광이나 수평 편광을 얻을 수 있듯 ㅡ 결국 양자 상태를 측정하기 전, 여러 결과는 확률적으로 동시에 존재하며 측정 전에는 그 존재를 알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모습이 현실 공간에서의 자아인지 가상 공간에서의 자아인지 불확실하기에 혼란스러울 수 있다. 다양한 자아는 공존함으로 인해 혼란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즉, 작품'간극'은 마치 양자의 스핀운동처럼 보이지 않는 내적 에너지에 의해 변화하고 일상에서 확률적으로 선택되어 자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우리는 모두가 한 번쯤 느꼈을 ‘자아 중첩’을 물리학 언어에서 예술 언어로 재해석해보고자 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 교류의 매개체이자, 자아정체성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손’을 '간극'의 피사체로 택했다. 총 12장의 이미지 속 두 손은 인간의 여러 자아 중 ‘물리적 자아’와 ‘미디어 속 자아’를 상징하며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에 자유로이 노출된다. 두 공간 간의 구분이 모호해진 인간의 모습은 두 손에 투영되어 ‘자아 중첩’에 의한 정체성 혼란의 상태를 보여준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점 구름(Point cloud)*은 인간이 미디어에 동화된 가상 공간에서의 자아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연속적인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양자 세계와 같이 현실 가상공간에서의 자아정체성을 상징하는 두 손은 천 속에서 점점 요동친다. 이내 드러난 손들은 서로 엉키고 멀어지며 미디어에 잠식되기도 한다. 최종적으로 두 손이 만나 비상을 이루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과 두 손의 불규칙한 형태적 변화는 작품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예술 언어로 ‘자아 중첩’을 이야기하며 '간극'을 제작하였다. 또한 양자의 특징인 중첩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점 구름(Point cloud): 3d scanner가 사물의 표면에서 측정한 수많은 점들이 모여 생성된 group. 점구름이 가진 데이터는 개체를 인식, 식별하며 대상의 구조를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