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 캘라이 박사(Dr. Massine Kelai, 양자나노과학연구단(QN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2024년 미술 공모전의 주제는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혹은 양자역학 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중 ‘큐비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룹니다. 참가자 여러분들이 이 글을 통해 큐비트에 대해 이해하고 새로운 세계의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양자 컴퓨터의 탄생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리차드 파인만, 폴 베니오프, 데이비드 도이치, 찰스 베넷과 같은 물리학자들로부터 최초의 양자 컴퓨터에 대한 아이디어가 탄생했습니다. 파인만은 "양자 현상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크게 높여야 한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양자 현상에 기반한 컴퓨팅 성능을 사용함으로써 기존 컴퓨터보다 더 강력한 컴퓨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리차드 파인만

큐비트(양자 비트)는 1995년 벤자민 슈마허의 유명한 논문 '양자 코딩(Quantum Coding)'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로 비트(2진수) 개념을 양자에 적용한 것입니다. 고전 컴퓨터에서 비트는 정보의 기본 단위이며 일반적으로 0 또는 1로 표현되는 두 개의 상태(논리적 수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고전적 비트와 달리 큐비트는 양자 역학 규칙을 따르고 0, 1, ‘0과 1’, 그리고 ‘2개의 양자 상태 0과 1 이 다양한 비율로 섞인 상태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0과 1'의 상태는 두 가지 양자 현상, 즉 양자 상태의 중첩 또는 얽힘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큐비트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개념을 살펴봅시다. 

양자 상태의 중첩

양자는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확률로 동시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양자 중첩 상태라고 표현합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양자 중첩 상태가 측정으로 인해 파괴된다는 사실입니다. 측정이란 양자를 제 3자가 관측한다는 뜻이며 이는 즉시 중첩되어 있던 양자 상태를 고전적 상태 중 하나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러한 상태를 가리켜 양자 상태로 투영되었다고 합니다. 달리 말해 큐비트를 직접적으로 측정하게 되면 큐비트는 중첩 상태를 잃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 모든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전적인 동전’에는 양면, 즉 앞면 또는 뒷면이 있습니다. 이 동전을 손에 놓고 '앞면'을 본다면 다른 면은 당연히 '뒷면'이라고 추론하게 됩니다. 하지만 ‘양자 동전’의 경우 ‘앞면’ 상태, ‘뒷면’ 상태, ‘앞면+뒷면’ 중첩의 상태 중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전의 상태를 측정하자마자 동전은 ‘앞면’ 혹은 ‘뒷면’ 둘 중 하나로 정해지는 것입니다. 이때 중첩 상태가 앞면과 뒷면이 각각 얼마의 확률로 측정될지를 정의합니다.

이러한 중첩의 특성으로 인해 기존 컴퓨터에서 사용된 비트에 비하여 큐비트는 양적, 질적으로 더욱 뛰어난 수준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즉,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 수의 지수함수에 의한 병렬 처리로, 한 번에 처리하는 정보의 양과 소요 시간이 비트보다 훨씬 많고 빨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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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상태의 얽힘

양자 얽힘을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그림을 상상해보겠습니다. 두 개의 큐비트 A와 B가 지구부터 화성의 거리처럼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할 때 만약 'A+B'의 양자 상태를 상태 A와 상태 B의 곱으로 분리할 수 없다면 A와 B는 얽혀 있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거리에 관계없이 서로에게 의존하는 양자 상태를 갖는 두 개의 개체 A와 B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전체를 구성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이들 개별 개체의 물리적 특성들을 자동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이를 얽힌 상태라고 합니다(entanglement). 이러한 양자 효과의 근본적 결과로서, 만약 우리가 A의 양자 상태를 측정한다면 B의 양자 상태의 정보가 측정하기도 전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순간적으로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 동전'의 예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A 동전은 지구에 있고 B 동전은 우주의 가장 먼 곳에 있는 두 개의 '양자 동전' A와 B가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측정하기 전에 각 동전들의 상태는 모르지만 중첩의 원리에 따라 이 둘은 '앞면' 상태, '뒷면' 상태, '앞면+뒷면' 중첩 상태일 수 있습니다. 만약 A의 양자 상태를 측정했을 때 '뒷면'이기 때문에 두 번째 동전인 B의 상태(예: 앞면)를 비가역적으로 사전에 알 수 있다면 이 두 동전은 얽혀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도 어떻게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저 자연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시스템(광자, 중성미자, 전자, 분자)에 대해 양자 얽힘은 실험적으로 입증되었으며 물리학자 알랭 아스펙트와 존 F. 클라우저, 안톤 차일링거는 양자 얽힘의 원리를 입증함으로써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양자 얽힘 현상은 양자 컴퓨터의 난제 중 하나인 이른바 '양자 오류 정정'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리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에티엔 클라인은 양자 얽힘을 낭만적인 비유로 설명합니다. “과거 이끌렸던 두 사람에 대해서 마치 서로를 한번도 만난적 없는 것처럼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의 만남은 영원히 기억되기 때문에 이들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전체를 구성합니다.” 

구체적으로 양자 컴퓨터는 무엇으로 구성되나요?

현재, 양자 컴퓨터에게 적합한 대상이 되는 물리적 시스템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광자의 분극화 사용, 이온트랩, 반도체에서 생성된 양자점, 두 초전도체의 접합으로 만들어진 조셉슨(Josephson) 회로, 다음에서 설명할 전자의 스핀 또는 원자의 핵 등이 있습니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 역시 양자 컴퓨터에서 전자 스핀을 큐비트로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럼 스핀이란 무엇일까요? 스핀은 양자역학적 특성으로 모든 양자 물체가 가진 고유의 운동량을 뜻합니다. 전자의 경우, 스핀은 두 가지 값, 즉 +1/2과 -1/2 (고전적 비트의 0과 1에 해당)을 가질 수 있으며 이것을 업 스핀 또는 다운 스핀이라고 합니다. 또한 자기장과 같은 외부의 힘을 가하면 특정한 스핀 상태로 업 스핀 상태와 다운 스핀 상태를 분리하여 제어할 수 있으며 이러한 스핀의 특성을 확장하여 큐비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자의 우월성으로 가는 길

양자 컴퓨터 연구의 근본은 양자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즉, 양자 컴퓨터는 주어진 문제를 항상 해결할 수 있는 반면 고전 컴퓨터는 합당한 시간 제한 내에 해당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보여야합니다. 최근 몇 년간 화제가 된 양자 컴퓨터의 두 가지 사례로는 구글의 시카모어와 중국과학기술대학교의 지우장이 있습니다. 시카모어는 초전도 물질로 구현한 큐비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구글 연구진에 따르면 슈퍼컴퓨터가 10,000년을 필요로 했을 작업을 수행하는데 시카모어는 단 200초가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지우장은 광자를 사용하는 최초의 양자 컴퓨터로써 관련 연구원들은 지우장이 200초면 처리할 일련의 작업을 고전 컴퓨터가 수행하려면 25억년(우리의 사랑스러운 행성 지구 나이의 절반이 약간 넘는)이 걸렸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어떤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까?

양자 컴퓨터를 실현하는데 있어 주요 장애물로는 결어긋남(decoherenc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실제로, 큐비트는 큐비트의 양자적 특성을 파괴하는 환경인 외부 세계와 완전히 격리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외부 세계와 잘 격리되어 있더라도 대부분의 큐비트는 극저온(절대 영도 -273.15°C에 매우 가까운 온도)에서 작동하며 이러한 온도를 만들기 위해 대형 장비가 필요하므로 활용이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주요 단점은 큐비트의 확장성입니다. 실제로 결맞음(coherence)을 유지하는 다수의 큐비트를 만들기가 매우 어렵고, 이는 또한 결어긋남의 원인이기도 한 큐비트 간의 상호 작용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연구는 큐비트의 수가 많고, 결맞음 상태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으며, 실온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을 찾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주요 연도

1994년: AT&T의 연구원인 피터 쇼어는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여 합리적인 시간 내에 많은 수를 인수분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1996년: 로브 그로버는 양자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즘을 발명함으로써 정렬되지 않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입력 값을 찾는 계산을 고전 컴퓨터보다 적은 단계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1998년: IBM은 최초로 2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발표했습니다.

2001년: IBM은 클로로포름 분자를 중심으로 7큐비트의 양자 컴퓨터를 만들었고, 쇼어의 알고리즘 덕분에 숫자 15를 인수분해합니다.

2006년: 독일 울름 대학의 양자정보처리학회는 여러 개의 이온화된 Ca+ 원자를 고립 상태로 가두는 최초의 3차원 선형 유럽 마이크로칩을 발표했습니다.

2017년: 양자나노과학연구단(QNS)가 출범하여 원자 단위의 스케일에서 스핀을 큐비트로 활용하는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2019: 구글에서 슈퍼컴퓨터로 10,000년이 걸릴 문제를 양자컴퓨터 시카모어로 200초만에 풀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0: 중국과학기술대학교에서 슈퍼컴퓨터로 25억년이 걸릴 문제를 양자컴퓨터 지우장으로 200초만에 계산했다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