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


'찌그러진 공간'
조해나

작품 해설

“현재 우리는 어떤 궤도에 머물러 있는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궤도에 주목한다. 나는 현재 어디에 있는가. 한 번쯤 품을 수 있는 의문이다. 내가 대한민국 서울에 위치한다는 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공간에서 알 수 없는 압박을 느낀다. 내가 보이지 않는 궤도 속에 갇혀 살고 있진 않은지, 익숙함이라는 안정화된 굴레 속에서 현실의 삶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실재와 가상의 물리적 결합으로 제작된 'Dented Space'(2021)은 보이는 것이 실체와 다르다는 인지의 간극을 이야기한다. 32인치의 모니터는 2미터 남짓 되는 레일에 세로로 부착되어 전시장의 모서리를 앞뒤로 직선 왕복운동 하고 있다. 관객들은 처음에 모니터를 바라볼 때 그저 모니터가 움직인다고 생각을 하다가 모니터에서 전시장의 실재 구석이 촬영된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이 작품의 구동 원리에 빠져들게 된다. 모니터와 영상의 속도 방향이 잠깐 일치하는 순간, 속도가 상쇄되어 영상은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시장의 ‘실재’ 공간을 촬영한 영상은 편집 과정을 통해 스핀 수가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고 중첩되면서 ‘가상’ 공간을 창조한다. 이때 영상이 상영되는 모니터가 실재 공간에 놓임으로써 실재 공간과 물리적으로 연결이 되어 관객이 바라보는 공간이 확률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 현상은 나아가 실재 공간을 구기고 찌그러뜨리는 착시 현상으로 이어진다. 실재이면서 비 실재, 현재이면서 과거인 두 가지 이상의 중첩적인 공간을 형성하고 관객들은 이 두 가지 공간을 동시에 인지하는 순간, 눈앞의 공간이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으로 전치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얽혀있는 이미지는 물리적인 힘과 반대 혹은 동시에 움직이는 실재와 가상 그 사이에 존재하고 무수히 많은 프레임이 중첩 상태에 놓이게 될 때 가상과 현실이라는 공간,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적 개념들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면서 가상이면서 동시에 현실이 되고 과거이면서 현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Dented Space'의 이론은 이처럼 양자역학의 스핀의 원리와 맞닿아있다. 관객이 언제, 어느 순간에 바라보느냐에 따라 작품의 시공간이 결정되고 작품의 이미지는 지속적으로 뒤바뀐다. ‘관찰자’의 유무가 가장 중요한 양자역학의 이론은 작품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소인 ‘관람객’과 결부되면서 보는 행위 그 자체가 작품의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작품이 놓이는 그 환경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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