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양자

영화 <앤트맨>의 주인공 스캇 랭은 그의 딸을 구하기 위해서 슈트의 리미터를 해제한다. 그리고 그는 원자의 크기보다 작아져서 극한의 미시세계인 ‘양자 영역’에 들 어간다. 앤트맨과는 달리, 우리는 직접 원자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주사터널링현미경 (scanning tunneling microscopy)을 이용하면 원자 단위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아주 작은 세계에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매끈해 보이는 금의 표면도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을 이용해 찍으면 평평하지 않다. 사진은 바나딜 프탈로시아닌(VOPc) 분자가 뿌려진 금(111) 표면의 STM 이미지이다. 표면에서 금 원자들은 배열이 바뀌고, 높이 차를 만든다. 사진에 서의 ‘Z’자형 무늬 (헤링본 무늬)는 금의 재배열에 의한 높이 차가 만들어낸 것이다. 동그란 입자들은 증착된 VOPc 분자들이다. 대부분 헤링본 무늬의 모서리에 위치한 다. 이처럼 원자 단위의 세계에서도 규칙이 존재한다. 직접 볼 수 없는 미시 세계는 아직도 연구할 것이 많지만, 그만큼 과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기회도 많다.

제출한 작품은 어떤 연구 중에 나온 이미지인가요?

작품은 세정시킨 금 결정 위에 분자 VOPc를 증착시켜서 얻 은 이미지입니다. 이미지에서 보이는 물결무늬는 금 표면에 재배열로 인해 생긴 무늬입니다. 공처럼 붙어있는 분자들은 이 무늬의 가장자리에 증착되는 것을 선호합니다. 증착 조건에 따라 분자 하나 단위 혹은 몇 개의 층으로 증착 을 시킬 수 있는데요. 이번 실험에서 연구한 VOPc 분자는 표면 위에 두 가지 모양으로 증착될 수 있습니다. VOPc 분 자가 표면 위에 앉아있는 모양에 따라서 분자의 양자 상태도 달라질 것입니다. 작품에서의 이미지는 달라질 양자 상태에 대해서 연구하던 중 얻어진 이미지입니다..

작품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분자들은 서로 뭉쳐지거나 진공 속의 다른 물질들과 반응하 기도 합니다. 이미지의 가장자리에서 분자들은 우연히 개미 모양으로 결집하여 찍혔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히어로 앤트 맨이 타고 다니던 개미가 연상 되었습니다. 앤트맨은 양자 단위로 작아져서 양자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양자 상태를 정의하고 제어하려는 것이 저희 연구 실의 의도와 닮아서 의미를 두었습니다.

연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원자 단위의 물질들을 이미지화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조건이 매우 많은데요. 예를 들어 깨끗한 샘플 상태를 유지 하기 위해서는 챔버 안을 고진공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그 후에는 분자를 안정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냉각시 켜야 합니다. 또한, 깨끗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회로에 잡음 이 섞이지 않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 외에도 변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하나의 이미지로 얻는 데에는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중간에 하나의 조건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첫 단계부터 다시 반복해야 하므로 매 순간 긴장하고 있어야 하 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과학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대중에게 어렵게만 인식되었던 물리가 요즘은 다시 대중화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을 주제로 다룬 영화도 상영되었고 물리 관련 교양도서들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 이나 주변에 친구들이 관심을 갖고 저에게 물어볼 때 제가 그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을 때 보람찹니다.

과학자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배우면 배울수록 사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많이 보이 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연구를 계 속하면서 더욱 깊은 위치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어서 과학자 로서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