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수용하자

SEPTEMBER 16, 2019

혁신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와 과학연구 분야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뛰어난 인재들을 배출했고, 두 분야 모두 우리의 일상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에 과학과 실리콘밸리는 단연 성공의 무대로 여겨지고는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실패는 발전의 필수요소

실리콘밸리는 거대한 경제적 원동력이며 세계적인 부러움의 대상이다. 미국 연방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이 첨단기술 고장의 1인당 국내총생산량(GDP)은 128,308달러에 달한다. 이것은 많은 국가들의 GDP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단지 성공으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실리콘밸리는 실패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심지어 실패를 주제로 한 회의도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이름하여 ‘페일콘(FailCon: 실패 콘퍼런스)’이다. 페일콘의 웹사이트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페일콘은 2009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었다. 페일콘을 시작한 취지는 성공만을 주목하고 실패에 대해서는 그 어떤 지침이나 공간도 제공하지 않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페일콘은 세계적으로 8개의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IT 기업가들, 투자가들, 개발자들, 설계자들이 자신과 다른 이들의 실패를 연구하고 성공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산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곳에서는 얼마나 많은 실패가 발생하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은 충격적이다. 투자가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회사들의 성공률이 2,000대1이라고 추정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패는 과학 발전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에일린 팍스 박사는 최근 <네이처>에 기고한 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편안한 과학’이라는 것은 모순된 말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과학계는 실패에 붙어 있는 부정적인 꼬리표를 줄이려고 한다. 어떤 과학 학회에서는 퇴짜를 맞은 논문과 주요 논제로 채택되지 못한 주제에도 균등한 시간을 할애한다. 이런 시간에는 분위기가 활기 있다. 자리를 가득 메운 청중이 자기비하적인 유머에 폭소를 터뜨리고, 청중들 사이에 종이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풍경도 볼 수 있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며, 과학계에 몸담은 이는 누구나 실패의 쓰라림을 알고 있다는 냉정한 사실을 인정하는 표현이다.

왜 실패를 수용해야 하나?

강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금속을 불에 넣고 펴 늘일 수 있을 정도로 빨갛게 달궈야 한다. 그런 다음 금속을 불에서 빼서 망치로 두드려 모양을 내고, 이번에는 찬물에 적신다. 그런 다음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 혹독한 과정이 강철을 단단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실패도 비슷한 과정이다. 실패는 과학적 성공에 필요한 기술과 끈기와 투지를 발달시킨다. 실패를 통해 과학자는 다른 접근방법을 개발하고, 복잡한 실험을 최적화하며, 차선책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또한 결실이 없는 길을 포기해야 하는 때가 언제인지를 배우기도 한다.

이 과정을 수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과학자들에게도 중요하지만, 연구를 지원하는 투자기관들과 정부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하다. 올해 서울경제 신문이 주최한 서울 포럼에서는 장기적인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기초과학에 초점을 맞추었다. 포럼에서 모든 발표자들이 실패를 수용하는 것의 인내와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연사로 나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뜨거운 격려의 말을 전했다. 추미애 의원은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것이 곧 우리 사회를 위한 소중한 경험과 능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실패를 격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강력한 미래지향적인 발언이다. 물론 실패는 곧 돈 낭비라는 인식이 있으며, 대중과 정치 지도자들은 소중한 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에 극도의 반감을 가지고 있기에, 실패에 대한 추 의원의 발언은 앞으로 시험을 거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과학적 결실을 얻는 데 필요하며, 어쩌면 한국 최초의 노벨상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인내와 반복되는 실패를 대중과 지도자들은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신생 기업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 실패는 정상적이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서울에서도 페일콘 회의가 열리는 날이 오게 될까? 그것은 오직 시간과 태도와 정책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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